Tuesday, November 1, 2011

theory of relativity


상대성이론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물리학자 중 한명인 알버트 아인슈타인(알베르트 아인슈타인, Albert Einstein, 1879~1955). 그가 발표한 상대성이론은 20세기에 발표된 가장 유명한 이론이지만, 그만큼 오해도 많이 받았다. 흔히 상대성이론은 시간과 공간이 상대적임을 밝힌 이론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는 물리법칙이 언제, 어디서나 동일함을 확인한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상대성이론은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으로 구분된다. 아인슈타인이 과학사에 엄청난 기여를 했기에 둘 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이라고 할 수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특수상대성이론은 아인슈타인과 푸앵카레(Jules-Henri Poincare, 1854~1912)의, 일반상대성이론은 아인슈타인과 힐버트(다비트 힐베르트, David Hilbert, 1862~1943)의 동시발견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여러 물리학자, 수학자들의 기여가 적지 않았다. 현재 상대성이론은 우주 관측에 사용되는 입자가속기 등 물리천문분야 뿐만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정밀하게 측정해야 하는 인간 활동의 모든 영역에 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20세기 발표된 가장 유명한 이론, 상대성이론을 낳은 알버트 아인슈타인.


특수상대성이론의 배경, ‘전자’ 이론
1888년, 독일의 물리학자 헤르츠(Heinrich Rudolf Hertz, 1857~1894)가 전파를 발견하면서 전자기학 연구자들은 흥분에 휩싸였다.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여러 가지 전자기이론 중 전파의 존재를 예언한 이론은 빛을 전파의 일종으로 간주한 맥스웰(James Clerk Maxwell, 1831~1879)의 전자기 이론뿐이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그 전까지 서로 다른 것으로 생각됐던 빛 에테르와 전자기 에테르는 같은 것으로 여겨졌다.

1888년, 전파를 최초로 발견한 헤르츠.

사실 19세기 초만 하더라도 과학자들은 물질세계가 보통물질과 여러 가지 에테르들로 구성돼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헤르츠가 발견한 전파 덕분에 물질세계는 보통물질과 전자기 에테르, 이 두 가지로 단순해졌다. 이로써 학자들은 보통물질로 전자기 현상을 설명하거나, 전자기 에테르의 진동으로 보통물질을 설명할 수 있게 된다면 모든 물질현상을 하나의 이론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됐다. 이러한 희망 때문에 이전에는 극소수만 관심을 가졌던 발견들이 1888년 이후 갑자기 주목받기 시작한다.

일찍이 영국의 물리학자 J. J. 톰슨(조지프 톰슨, Joseph John Thomson, 1856~1940)은 전자기 에테르 안에서 전하를 띈 입자가 운동한다면, 그 입자의 질량이 마치 늘어난 것처럼, 주어진 힘보다 천천히 가속될 것이라는 계산결과를 내놓았다. 또한 미국의 마이컬슨(앨버트 마이컬슨, Albert Abraham Michelson, 1852~1931)과 몰리(에드워드 몰리, Edward Williams Morley, 1838~1923)는 지구가 빛 에테르 속에서 운동하지만, 빛의 속도는 지구의 운동방향과 상관없이 언제나 일정한 것으로 관찰된다는 점을 실험적으로 확인했다. 게다가 1897년에는 J. J. 톰슨이 모든 물질에 공통적으로 포함돼 있는 전자를 실험적으로 발견했다.

이를 토대로 네덜란드의 로렌츠(헨드릭 로렌츠, Hendrik Antoon Lorentz, 1853~1928)나 독일의 아브라함(막스 아브라함, Max Abraham, 1875~1922) 등 전자기학의 대가들은 ‘전자’이론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 ‘전자’이론이란, 모든 물질이 전자로 구성돼 있고 물질의 질량은 전자가 전자기 에테르 속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또한 전자 사이의 거리는 전자의 운동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는 이론이다.


특수상대성이론의 등장, 철도와 전신

한편 19세기 후반, 철도와 전신(電信)은 각지로 뻗어나갔다. 아무런 사고 없이 철도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철도역끼리 시계를 정확하게 맞춰야 했다. 철도가 등장했던 초기에는 중앙역에서 시각을 전신으로 통보 했다. 하지만 전신으로 신호가 갈 때까지 또 시간이 흐르기 때문에, 멀리 떨어져 있는 역일수록 신호가 도착하는 시간이 늦어졌다. 이렇듯 철도역들의 시계를 정확히 맞추는 문제 자체는 기술적 문제였지만, 아인슈타인과 푸앵카레는 기술적 문제에서 더 나아가 물리학적인 의미를 고민했다.

1905년 5월 초, 스위스 특허국의 청년 사무관이었던 아인슈타인은 몇 가지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질량이 저울로 측정하는 물리량인 것처럼, 시간은 시계로 측정하는 물리량이다’ ‘빛의 속도는 모든 실험이 보여준 것처럼 언제나 같은 속도로 관찰된다’ ‘모든 물리현상은 외부의 힘을 받지 않는 한 언제나 똑같은 법칙을 따른다’였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이론을 완성할 수 없었다. 아인슈타인은 이러한 고민을 하소연하러 친구이자 동료 사무관인 베소의 하숙집에 갔다가 두 기차역 간 시계를 정확히 맞추는 방법에 대한 착상을 떠올렸다. 그는 그로부터 5주 만에 특수상대성이론 논문을 완성하게 된다.

장년의 수학자이자 고위 공무원이었던 푸앵카레도 이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경로로 표현한 논문을 1개월 늦게 완성했는데, 이 두 이론은 결국 같은 내용을 말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이론은 모든 물질의 근원이라고 상상된 전자가 정말로 존재하느냐에 상관없이 언제나 적용될 수 있는 것이었다.


특수상대성이론의 확장과 확산
아인슈타인의 재능을 누구보다 일찍 알아챈 막스 플랑크.

당시 독일 물리학계의 대부였던 막스 플랑크(Max Karl Ernst Ludwig Planck, 1858~1947)는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특수상대성이론 논문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일찍 평가했다.

플랑크는 전자들의 특수한 성질을 가정하는 ‘전자’ 이론들과 달리, 갈릴레오(갈릴레오 갈릴레이, Galileo Galilei, 1564~1642) 이래 물리학의 원리였던 상대성원리(물리법칙을 서술할 때, 물체들의 상대운동만 따져야 한다)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아인슈타인이 밝혔다고 평가했다. 당시 아인슈타인 논문 제목은 ‘움직이는 물체의 전기동력학에 대하여’였지만, 이 이론에 ‘상대성’이라는 단어를 결부시킨 것도 플랑크였다. 곧이어 ‘전자’ 이론들과 특수상대성이론을 검증하는 실험들이 진행됐고 1908년, 아인슈타인 이론의 예측치가 맞았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후 ‘전자’ 이론은 급격히 쇠락한다.

한편 1905년 9월, 아인슈타인은 6월 논문의 응용사례로 빛을 방출하는 물체를 서있는 관찰자가 측정하는 경우와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관찰자가 측정하는 경우를 비교하는 짧은 논문을 작성했다. 그 논문의 결론은 물체가 E 만큼의 빛 에너지를 방출하면, 그 물체의 질량은 E/c2만큼 줄어든다는 것이었다.(c=빛의 속도) 이 이론에서 그 유명한 E=mc2 이라는 공식이 탄생했다.


일반상대성이론의 탄생, 물리적 직관에서 수학으로

아인슈타인은 젊은 시절, 물리적 직관만을 중시하는 연구 스타일을 고수했다. 일례로 수학자 민코프스키(헤르만 민코프스키, Hermann Minkowski, 1864~1909)가 로렌츠, 아인슈타인 이론의 수식체계를 정리해 4차원 개념을 제시했을 때, 아인슈타인은 그런 개념은 필요 없다는 논문을 출판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러한 완강한 태도는 점차 누그러져 1910년경, 수학적 관념도 유용하다고 인정했고, 1912년부터는 친구인 수학자 마르셀 그로스만과 함께 일반상대성이론에 사용하기 위한 미분기하학을 직접 공부하기 시작했다. 미분기하학을 대략적으로 설명하자면, 곡면 위에서의 기하학적 성질을 미분방정식을 사용해 연구하는 수학의 한 분야이다.

아인슈타인이 수학을 공부한 이유는 실제 물체에서는 가속과 중력이 같으면서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위로 가속되는 엘리베이터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물체는 어느 방향에서 떨어지든지, 엘리베이터 바닥에 수직 방향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안에서 지구의 중력에 끌려 떨어지는 물체는, 중력의 방향인 지구 중심을 향해 비스듬히 떨어진다.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 근거의 하나로 삼은 ‘등가원리’의 착상.


즉, 전체적으로 보면 가속과 중력의 효과는 같지만, 미시적으로 보면 힘의 작용이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개미에게는 지구 표면이 평면이나 다름없지만, 전체적으로 지구표면은 둥그렇게 구부러져 있는 것과 같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미분기하학을 배우며 일반상대성이론을 연구했던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연구는 상당히 까다로운 수학을 사용하면서 수학자들에게도 새로운 연구주제를 제공했다. 당대 최고의 수학자였던 힐버트는 아인슈타인을 초청해 공동연구를 하기도 했다. 그 결과 1915년 말,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완성했고, 힐버트도 몇 주 늦게 거의 같은 결과를 얻었다. 아인슈타인은 이 이론을 1916년 3월, ‘일반상대성이론의 기초’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대중적 신화 vs 학계의 반응

일반상대성이론이 발표됐을 무렵은 아인슈타인의 중력연구에 자극을 받은 여러 중력이론이 등장했던 상황이었다. 그 중에서도 핀란드의 노르드스트룀(Gunnar Nordström)의 이론은 일반상대성이론의 강력한 경쟁자였다.

1919년 5월 29일 영국의 천문학자들은 남미에서 일식 사진을 찍었는데, 노르드스트룀의 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 중 어느 이론이 수성 궤도의 변화를 더 잘 예측하는지를 검증하기 위해서였다. 관측대가 영국으로 귀환해 검증작업을 한 끝에 11월 6일, 영국왕립학회와 영국왕립천문학회의 특별합동회의에서 아인슈타인 이론이 맞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은 다음날 런던의 <타임스> 지 1면에 ‘과학의 혁명/새로운 우주론/뉴턴주의는 무너졌다’라는 제목으로 크게 실렸다. 실제로는 관측오차가 너무 커, 두 이론 중 어느 이론이 맞다고 단언하기에는 곤란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영국 과학자들은 1차 세계대전 동안 소원해진 독일학계와 영국학계의 관계를 다시 좋게 만들려는 의도로 영국의 뉴턴이 이룩한 위대한 업적을 독일의 아인슈타인이 뛰어넘었다는 식으로 과잉 해석한 것이었다. 어쨌든 이 보도 덕분에 아인슈타인은 물리학계를 뛰어넘어 대중적으로도 세계적인 유명인사가 됐다.


상대성이론을 둘러싼 오해와 신화

하지만 불행하게도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한 관심은 ‘시간과 공간이 상대적이다’, ‘4차원’과 같이, 오해와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모호한 관념들에 초점이 맞춰졌다. 물리법칙의 보편성이나, 측정과 이론적 개념의 관계와 같은 핵심적인 문제는 그다지 인기가 없었다. 때문에 추상개념만으로 현실세계를 재단하는 일들이 벌여졌다. 일부 유물론자들은 아인슈타인이 눈에 보이는 물질을 보이지 않는 에너지라고 착각했다고 공격했고, 반유물론자들은 아인슈타인이 ‘유물론은 틀렸다’라고 증명했다고 믿었다. 프랑스의 한 유명한 철학자는 심리적 경험으로서의 시간과 물리적으로 측정하는 시간을 혼동하기도 했다.

피카소와 달리는 상대성이론에 자극을 받아 미술 분야에서 독자적인 성취를 이룩한 케이스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자신의 주장을 증명한다고 우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아인슈타인과 상대성이론들을 둘러싼 오해와 신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아인슈타인이 대중적으로 명성을 얻는 기폭제가 됐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학계 내부에서는 아인슈타인의 물리학 업적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덜 인정받은 것이었다. 그래서 일반상대성이론의 발표 이후에도 또 다른 경쟁이론들이 계속 출현했다. 그러다가 1960년대를 전후로, 대체로 일반상대성이론이 옳을 것이라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상대성이론의 응용과 미래

1930년, 영국의 물리학자 디랙(폴 디랙, Paul Adrian Maurice Dirac, 1902~1984)은 상대론적 양자역학이론에 근거해 양전자의 존재를 예언했다. 양전자는 1932년에 발견 됐는데, 현재 의료장비인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 장치를 동작시키는 데 사용되고 있다. 병원에서 PET 사진을 찍을 때마다 특수상대성이론의 혜택을 받는 셈이다.

1970년대 말, 일반상대성이론이 경험적으로 옳다는 것을 보여주는 관측과 기술체계가 등장했다. 1978년 발사되기 시작한 위성항법장치(GPS) 위성들은 위성궤도에서 고속으로 움직이면서 정밀한 전파신호를 발사한다. 이 위성들은 고속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특수상대론적 효과에 의해 대체로 하루에 1천분의 7초 정도의 비율로 시간이 느려진다. 또한 우주에서의 중력이 작기 때문에 일반상대론적 효과에 의해 대체로 하루에 1천분의 45초 정도 시간이 빨라진다.

이 두 효과를 모두 합해서 보정해야 GPS 장치가 정확히 위치를 계산할 수 있고, 휴대전화 단말기와 기지국이 시각을 맞춰 전파신호를 헷갈리지 않게 주고받을 수 있다.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PET)에 사용되는 양전자는 상대론적 양자역학 이론에 의해 예견된 입자다.

이렇듯 인류는 자동차 내비게이션을 사용해 길을 찾고 휴대전화로 통화할 때마다 상대성이론을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많은 학자들은 아인슈타인 상대성이론을 설명하는 방정식 중 하나인 중력장 방정식을 통해 블랙홀의 존재를 밝혀냈다. 1979년부터는 천체의 중력에 의해 더 먼 천체의 빛이 구부러지는 중력렌즈 현상이 실제로 관측되기 시작했다.

허블우주망원경이 촬영한 아인슈타인 십자가와 아인슈타인 고리.


이렇듯, 일상생활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일반상대성이론은 활용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물리학자들은 일반상대성이론이 완전히 옳다고 보지는 않는다. 이것은 일반상대성이론을 지지하는 경험들이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해서만 예측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일반상대성이론은 특수상대성이론과 달리, 양자역학과 완벽하게 융합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자중력이론과 같이 우주론과 연관된 분야에서, 일반상대성이론을 포괄하면서 그것을 뛰어넘는 새로운 이론을 탄생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1. 에테르(ether)
    원래 뜻은 맑고 깨끗한 대기(大氣). 빛을 파동으로 생각했을 때, 이 파동을 전파하는 매질로 여겨졌던 가상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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